[수필] 내 식탁 위의 책들 : ★★★★ Unlimited. 기타

 내 식탁 위의 책들
정은지 지음 / 앨리스
나의 점수 : ★★★★






  가을, 홍대에서 열린 북 페스티벌에서 산 책. 일단 표지가 너무 예뻐서 관심이 생겼지만,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감상과 소개글의 모음집이라는 걸 알고 조금 흥미가 떨어졌다. 독서 취향이란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좋은 책과 좋은 비평 중 읽고나서 좀더 마음에 남는 것과 선호하는 것은 전적으로 전자이기 때문에. 
 
 그러나 책 목록이 내가 읽었던 책이나 좋아하는 책이 많았고 또 중구난방식의 소재를 고르는 게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음식'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다시 흥미가 일어 결국 샀다. 

 요약하자면, 도서전에 왔노라, 이 책을 보았노라, 선입견을 이겼노라. 

 우선 그 집요한 추적에 박수를 치고 싶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책 속 음식의 국적은 매우 다양하다. 그 중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속의 고로케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도 있지만, 독일 민담 <호첸플로츠 다시 나타나다>에 보이는 독일식 김치에 속하는 자우어크라우트 같은 낯설고 짐작하기조차 힘든 음식이 있고, <창가의 토토>의 토토의 도시락 반찬에 대한 얼렁뚱땅한 대치어처럼 대충 두리뭉실하게 넘어간 음식이 있다. 
 
 저자는 낯선 언어에도 굴하지 않고 해당 음식의 원문을 찾고, 비교하고, 그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맛인지를 독자에게 자세히 소개한다. 

 단순히 책 속 음식 소개글이라도 이 정도의 가히 변태적인 수준의 열정과 일관성이면 그 개성으로써 충분히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도 남겠지만, 이 책의 특별함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는 데 있다.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한스는 사이다cider를 마시고 엠마 앞에서 볼이 붉어진다.  
이 사이다가 우리가 마시는 탄산음료일까? 한스의 상기된 볼은 엠마에 대한 감정의 소산을 암시하는 걸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결론을 내린 다음 그 문장을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러나 저자는 cider가 무엇인지, 인체에 어떤 효과를 낳는지를 추적한다.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사이다를 마신 한스의 몸에 벌어진 일이 무엇인지 설득력 있는 해석을 펼친다. 

 그러므로 이 책은 책 속의 음식이라는 수단을 통한 해설서이기도 하다.
 지루하지 않으며 강압적이지 않되 식욕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해설서.

 사람 보는 눈은 결국 다 비슷한지라, 알라딘 서점에서 신간서적 중 6권의 표지로 만든 노트 증정 이벤트를 열었을 때 이 책 표지가 제일 먼저 품절되었다. 또,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 책은 순조롭게 증쇄에 증쇄를 거듭하며 몇가지 상도 타고 천천히 그러나 확고하게 스테디셀러의 자리에 오를 기미인 모양이다. 
 그만큼 눈길을 끄는 매력적인 포장이며 내실 있는 내용을 갖춘 맛있는 책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오랜 격언에 딱 어울리는 이 책, 댁의 식탁에도 한 권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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